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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의 진실과 인생의 진실이 합해지는 순간, 광고의 힘은 발휘된다

2023.04.13


개인적으로 일본 광고의 카피를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그동안 모아 놓은 일본 카피들을 쭉 한번 읽어보는 오랜 루틴도 생겼다.
그리고, 광고에 더 열정적인 것 같은 후배나 동료들에게는 마치 선물 주듯이 파일로 담아주면서 스스로에게 생색을 내기도 한다. 

사는 모습에서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일까,
삶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본 광고 카피들 중에는 내 이야기처럼 이입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어떻게 이런 인사이트를 뽑아냈을까’ 라고 부러워하다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똑 같은 거구나’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 시인의 시(詩)이다.
뭐니 뭐니 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좋은 캠페인과 명카피들의 보고(寶庫)라고 생각하는 일본의 한 여행사 광고에도 이런 카피가 있다.
실연을 할 때마다, 
나는 일본을 알아간다   

위의 시와 카피 중 어느 것을 먼저, 어느 것을 이 후에 봤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영역에서든 사람 사는 이야기와 그 인사이트는 같다고 감탄했던 기억만큼은 강하게 남아있다.

좋아해서 그런 건지, 여러 번 봐서 그런 건지
어떤 순간에는 그 광고 카피가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생각나는 경험도 꽤 많다. 

올 추석에는 고등학생인 딸의 시험 기간이 겹쳐서 혼자만 고향집에 다녀왔다. 
덕분에 7시간 이상의 고통스러운 운전 대신, 단촐하게 여행가는 기분으로 KTX를 이용했다.
열차 안의 시공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될 무렵, 곧 목적지에 도착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정말 빠르다, 이래서 KTX를 타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일본 철도의 광고 카피가 순간 떠올랐다.
“바쁘면 무리해서 오지 말거라”
대부분의 경우 거짓말 입니다  

 

바쁘면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추석 기차표 예매를 성공하기 전에 전화로 어머니가 내게 되뇌던 말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나는 또 하나의 카피,

그리운 마음이 시속 300km로 달립니다.
당신을 보내세요

우리나라에 KTX가 처음 생길 당시의 광고 카피로 기억한다.
‘빠르다’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어서 ‘카피 참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내 이야기였던 것이다.

휴가처럼 홀가분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추석에는 그런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마침 아시안게임 기간이어서 TV채널을 돌리다가 평소에 보기 힘든 비인기 종목까지도 시청했다.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진 우리나라 선수의 경기에서 관중석의 가족들이 울면서도 연신 박수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비춰졌다.
그 때, 일본 TV방송사의 고교야구대회 광고카피가 생각났다.
이겨도 져도, 어머니는 운다

나는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이었다.

다음 날쯤 에는 TV를 보다가 그 아래의 서랍장을 열어보게 되었다.
고향집에 내려갈 때마다 딸아이의 사진을 인화해서 드리곤 했는데 그걸 따로 모아 놓으신 앨범을 발견했다.
비싼 고성능 카메라는 아니었지만 정성껏 아이를 담아내려는 내 나름의 흔적이 느껴졌다.
동시에 그 카메라 브랜드의 광고카피가 떠올랐다.
아빠가 되면 사진은 훌륭해진다

‘아! 이땐 내가 그랬었지’
하지만, 딸아이가 훌쩍 커버린 지금의 내 스마트폰에는 아이의 사진이 거의 없다.
초등학생 아이와 아빠가 신나게 눈싸움을 하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아련하게 아빠의 독백이 흘러나오는 일본 SUV 자동차 광고가 생각났다.
가끔 다시 봐도 언제나 찡해지는 그 광고의 카피도 함께 말이다.
조수석의 잠든 너에게 속삭였다
넌 언제까지 나의 연인으로 남아있을까? 

그 시절의 딸아이가 다시 보고 싶다는 부질없는 생각과 함께 ‘추석은 잘 보내고 있는지, 혹시 아빠가 보고 싶지는 않은지’ 문자를 보냈다.
한참 있다가 돌아오는 답은 ‘아빠 심심하구나?’ 였다.

JWT의 창립자 J. Walter Thomson의 말이다.
“상품의 진실과 인생의 진실이 합해지는 순간, 광고의 힘은 발휘된다”

아직도 나는 이 말을 진리처럼 여긴다.
기획과 전략이라는 영역에서 우리는 상품의 진실에 대해 너무나도 정확히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사는 동안 누구나 겪게 되는 삶의 순간에 대한 깨달음은 쉽게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늘 작성하지만 매번 어렵기만 한 Brief 안에서의 그 ‘Insight’ 라는 항목 말이다.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 것’이라고 한다.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매일 일어나고 누구라도 겪게 되는 흔하디 흔한 삶의 순간에서 새삼스러움을 발견하는 경험.
바로 그것이 인생의 진실이며, 그 진실을 어떤 브랜드가 나의 이야기처럼 들려준다면 그 브랜드를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직도 광고는 쉬운 듯 어렵고, 어려운 듯 쉬운 것 같다.
그래서, ‘이 죽일 놈의 사랑’ 처럼 광고라는 애증의 대상과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는 집요한 밀당을 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그 싸움 끝에서 우리는 인생의 진실이라는 답을 찾아낸다.
상품의 진실 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진실도 함께 발견 해냈을 때의 희열.
그것이 매번 광고의 힘을 새삼스럽게 느끼면서 우리 광고인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

일본의 광고 공모전에 쓰였던 다음과 같은 카피로 글을 마친다.
샘 나는 것은
쓸 수 없는 카피보다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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