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봤자AE 그래도AE
4차 산업혁명의 시대, DX를 맞이하는 광고인의 자세
올해로 29년 차 AE. 광고가 한창 인기였던 1995년부터 AE를 했다. 왜 광고 기획자를 AE라고 부르는지조차 몰랐지만 AE라는 타이틀이 마냥 자랑스러웠다. 직업이 영어 약자라는 것부터 남다르게 느껴진 점도 있었지만, 광고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광고회사에 한정되어 있었던 만큼 AE는 광고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조업이 주를 이루던 그 시절엔 마케팅 부서도 광고 부서도 제대로 갖춘 기업이 거의 없었던 터라 광고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이라는 형식을 빌려 멋진 수트를 입고 마케팅 조사를 겸비한 컨설팅과 브랜드 콘셉트, 포지셔닝 등의 이야기를 곁들여 TVC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2000년을 전후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여러 카테고리에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졌다. 라면전쟁, 햄버거전쟁, 콜라전쟁, 자동차전쟁, 통신전쟁, 휴대폰전쟁, 아파트전쟁, 대출전쟁, 배달전쟁, 게임전쟁, 그리고 최근에는 각종 스타트업전쟁까지. 시대를 상징하는 마케팅 전쟁이 첨예하게 펼쳐지면서 그 시대를 대표하는 광고캠페인은 항상 존재했었다. 그리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캠페인을 만드는 광고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가 혁신의 한계에 이르게 되면서 대규모의 광고전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다. 광고 탄력성, 시쳇말로 광고발이 잘 안 먹히는 상황에서 기업에서는 대중매체에 돈을 퍼부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게다가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라는 부스터를 통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대규모 예산의 TV 광고를 운영하는 것보다 퍼포먼스 광고를 하거나 MZ를 대상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고 SNS를 통한 소통을 하는데 더 관심과 돈을 쓰는 추세다.
이런 변화속에서 광고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굳게 믿어오던 것들이 디지털 기술의 혁신과 더불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생성형AI가 카피를 쓰고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까지 하면서 이제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의 전문성까지 위협받는 분위기다. 물론 아직까지는 독창성과 완성도라는 차원에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빠른 미래에 창의성 조차 AI가 사람의 능력을 추월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런 추세에서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광고회사도 효율성 측면에서 이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며 HS애드도 광고회사의 장점을 활용한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광고를 넘어서 Marketing Creative Agency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커뮤니케이션 전술이 변한다고 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인정받게 되는 본질적 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본질적 전문성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이해하는 능력에서의 탁월함이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인사이트를 누구보다 잘 찾아냄으로써 가장 날카로운 전략을 도출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크리에이티브를 창출하는 데 있다. 세상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결국 소비자가 있으며, 빠르게 변해가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면 더욱 치밀한 전략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의 발전은 우리의 전문성을 위협하는 대상이 아니라 한단계 업그레이드해 주는 근사한 도구일 수 있다. HSAD가 AI를 비롯한 새로운 디지털 솔루션을 모색함과 동시에 브리프 2.0을 통해 우리만의 본질을 강화하는 시도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 바둑이 세상을 바꾸는 것도 아닌데 바둑을 지독히 사랑하고 존경했던 조치훈의 말이다. AE만 29년째, 광고를 지독히 사랑하고 존경한 것은 아니지만 광고업의 디지털 대전환기를 지나가고 있는 지금 다시 생각해 본다. “
그래봤자 AE, 그래도 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