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노래하며~ - 새로운 것의 영향력
요즘같이 여러가지로 어려운 시대에 춤추고 노래하자는 이야기를 하기엔 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태어나 춤과 노래가 좋아서 광고회사에 들어온 1인으로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 극단의 전문성의 기준으로 평가하시거나 단순 ‘라떼’의 이야기로 여기시기보다는 그냥 가벼운 기분으로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참 사춘기를 겪던 중학생 때, 같은 반 좀 노신다는 분이 종로 세운상가에서 구했다며 VHS TAPE으로 보여준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본 순간, 세상에 이런 인간도 존재하는 구나 하는…그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 이후 AFKN 라디오를 들어보게 되고 미국 MTV 라는 채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채널에서 방영되던 뮤직비디오 복사 테입을 구하는 능력이 당시 잘나가는 인싸의 기준이었습니다. 이렇듯 그 시대에도 단 하나의 컨텐츠가 여러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미 이러한 문화에 빠져들고 있던 나에겐 86년 아시안 게임, 88 올림픽의 통일화된 군무는 국민체조를 습관처럼 했던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뻔하디 뻔한 춤과 노래가 나오던 “젊음의 행진(요즘 M-Net 엠카운트다운 같은)”은 과연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증폭되던 와중에 박남정이라는 가수가 나와 ‘ㄱㄴ춤’을 추는 노래로 엄청 유명해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마이클 잭슨을 흉내 내는 사람이 국내에도 나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등교길에 만난 초등생들이 너도나도 따라하는 것을 보면서 전국민을 춤 동작 하나로 단결시키는 위대함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아마도 최초의 댄스챌린지가 아닐까 하네요.
사실 'ㄱㄴ춤'은 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춤으로 자넷 잭슨, 마이클 잭슨의 뮤직 비디오 등에서 이미 등장했던 나름 유명한 춤이라는 것을 소수의 MTV 매니아 들은 알고 있었지만. 정보의 소통이 느렸던 그 시대에는 큰 의미가 없었을 겁니다. 만약 오늘 날에 누군가가 그랬다면 많은 이들이 키보드 앞에 달려들어 표절 춤이라고 논란을 일으켰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시대의 박남정이라는 아티스트도 저와 마찬가지로 마이클 잭슨이라는 아티스트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이야기해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잘아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님, 이주노님도 박남정과 프렌즈라는 댄스 크루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같은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기존에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음악과 춤이 서서히 친구들에게도 스며들기 시작했고 그러한 음악과 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유일했던 공간, 바로 나이트클럽이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앞서가는? 젊음(당시 소위 오렌지족 / 날라리라 불리던…)들이 외국에서 유행하던 춤을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고 그것을 따라하는 수많은 젊은 친구들이 모여 들었으며 그들 중 자신만의 그루브로 주목을 끄는 셀럽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결국엔 SM의 1호 가수 현진영과 와와(이후 클론)로, YG의 수장으로 그리고 제 동갑이었던 연세대의 춤 잘 추고 특이하게 생긴 분이 JYP가 되어 지금 엔터 업계를 이끄는 핵심들이 되었네요. 그 나이트클럽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오늘날의 인스타그램, 틱톡처럼 플랫폼 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당시의 음악, 춤, 패션, 셀럽, 팔로워 그리고 새로운 인적 교류 네트워크 ^^; 까지 다 그 곳에 있었으니까요
나이트 클럽 문화가 절정으로 가고 있을 그 즈음에 문화 대통령이라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분이시지만, 당시 나이트클럽을 자기 집 인양 들락거리던 일부 젊은이들에겐 논란의 여지가 좀 있었습니다. 독일 출신 2인조 그룹으로 89년에 빌보드와 그래미를 씹어 먹던 그리고 우리나라 나이트클럽에서 많이 틀어지던 밀리 바닐리의 노래 ‘Girl you know it's true’, 에서 ‘난 알아요’ 와 유사한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담으로 밀리 바닐리는 그렇게 큰 성공을 이루고도 대타 립싱크 그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업적을 박탈 당합니다. 대중을 속이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깨달으면서 우리의 업에서도 도덕성에 대한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어쨋든 서태지 님도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고 그 이후 사이프러스 힐의 ‘Insane in the Brain’ 비스티 보이즈의 ‘Savotage’ 에서도 ‘컴백홈’과 ‘필승’의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영향이 있었지만 그것을 본인의 색깔과 우리 정서와 문화에 맞게 일찍 받아들이고 전파한 부분에 대해서 그리고 소수만의 문화가 아닌 주류의 문화로 만들어 버린 그 영향력에 대해서 그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음악과 춤은 완전히 달라졌으니까요 트로트, 발라드, 주류의 대중음악에 R&B, 얼터너티브락, 힙합/랩, 레게, 등의 수많은 다양한 장르가 나오게 되었고 춤 또한 이에 맞물려 다양한 무브들이 나오면서 소위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문화전성기인 90년대를 지내게 됩니다. 미래를 고민하던 저에게 이러한 문화적인 감성을 받아줄 수 있는 회사로는 광고대행사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당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네요. 입사한 이후 기대한 바와는 살짝 다른 점도 있었지만^^;
가장 새로운 것을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이를 많은 이들에게 노출, 전파한다 그리고 만들어진 결과물들로 삶을 새롭게 바꿀 수 있다라는 믿음은 지금까지도 변함없다고 생각합니다.
길게 이야기 드리긴 했지만 ‘새로운 것의 영향력’ 이라는 주제를 제 경험을 통해 이야기 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업인 광고 그리고 그 핵심인 Creative 결과물 또한 ‘새로운 것의 영향력’ 이라는 관점에서 대중문화와 많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읽고 그것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움직이게 하는 힘은 여전히 매력적인 일이고, 누군가 제게 광고업을 왜 아직도 고집하냐 라고 물어 보면 항상 답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요즈음 많이 접하는 MZ, DATA, DX, PLATFORM, AI 등의 워딩들도 ‘새로운 것의 영향력’ 을 만나는 방법이 달라졌을 뿐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강력한 컨텐츠는 개인의 미래를 바꾸고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그것들을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즐기고 따라하는 세대를 만들고 그 세대의 문화적 코드를 다시 컨텐츠 반영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미래에도 계속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나의 마이클잭슨이 싸이, BTS, 뉴진스가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
그리고 어제 본 스우파2의 바다라는 댄서와 세계적인 댄스크루인 로열패밀리의 커스틴이 다이나믹 듀오/이영지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보면서 내가 그토록 구하기 어려웠던 MTV 뮤직비디오가 이제는 우리나라 채널로 그것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나가고 있음에 묘한 쾌감을 느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낼 수많은 Creative한 아이디어 결과물들 또한 더 크고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것의 영향력’ 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그리고 그 자부심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